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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주 차 : 흐름에 맡기기 外 5편

S15 W8 | 21주 차 2024-05-20 (월) ~ 2024-05-26 (일)

01. 흐름에 맡기기

‘회사에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일보다도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에 내 에너지를 쏟고 싶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둘은 생각보다 독립적인 이벤트다.’ 요즘 일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고민이다. 지주사 신대표님의 독서모임이 끝나고, 대표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이런 고민을 말씀드렸다. 대표님은 의외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고민을 줄이고, 오히려 흘러가는대로 몸을 맡겨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대표님 역시 매순간 임팩트를 내는 일만을 해온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스트라입스에 근무하실 때는 스타일링도 하시고, 아토스터디를 창업하셨을 때는 전단지도 배포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일부터 성과를 하나씩 쌓아간다면 점진적으로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일들을 맡게 될 것이라 하셨다.
돌이켜 보면 나 또한 그러한 길을 걷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이전에 비해서는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일들이고, 귀납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앞으로는 점점 더 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고민을 조금 덜어볼 필요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때로는 팀을 믿고, 팀이 나아가는 흐름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2. 종합건설업 서류 준비

회사가 사업 방향성에 맞춰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을 준비 중이다. 어쩌다 보니 서류 준비를 맡게 되었고, 여러 부서와 팀원 분들의 협조를 받아 서류를 잘 준비했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약 20종 이상 있었는데, 각 리스트를 카테고리화하고 협조가 필요한 팀과 특이사항을 잘 정리해놓은 것, 번호로 각 서류를 관리 가능하게끔 해놓은 것이 누락 없이 서류들을 잘 챙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전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할 때 화면 리스트를 쭉 정리해놓고 진척도를 체크하던 때의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아무쪼록 팀 내에서 꼼꼼함의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신뢰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03. 우당탕탕 행동경제학 세션 준비하기

나는 일방향 전달로 진행하는 강연 방식에 약간의 불신과 회의가 있다. 이 생각이 생기기까지에는 아마 나의 경험들과 김창준 선생님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연사의 이력 혹은 역량과 별개로, 세션을 통해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장에서의 만족도와 실제 사람들이 양의 방향으로 성장했는지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참 어려운 포인트다.
그럼에도, 6개월째 참여하고 있는 행동경제학 스터디의 공유회에서 발제를 맡게 되었다. 주제는 ‘행동경제학의 이론 정리하기’였다. 당장 나부터도 행동경제학 책들에 나오는 개념들, 예컨대 앵커링 효과나 확증편향, 매몰비용 등,은 대부분 다 알고 있었던지라 어떤 프레임을 짜야 할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잘 풀리지 않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회고 때 깨달은 점이기도 한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겠는지?’, ‘사람들은 왜 행동경제학을 알아야 하는지?’ 같은 질문을 던지다 보니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겠는지?’의 답은 ‘합리성과 이성의 확장’으로 정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다루는 학문인데, 이 개념을 학문적으로 다루다 보니 비합리성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생긴 셈이다. 감성의 영역을 이성적으로 설명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설득 외에는 통하지 않는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마케터가) 왜 행동경제학을 알아야 하는가?’에는 ‘고객, 의사결정권자, 그리고 나를 이해하기 위해’라는 답을 제시했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우리가 비즈니스 환경에서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고객과 의사결정권자를 이해하는 데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나 자신이 편향이나 비합리성에 빠지지 않도록 메타인지를 높이고, 이로써 현명한 선택을 내리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이렇게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해 놓으니, 개념들을 설명하는 방식도 비교적 쉽게 풀려나갔다. 그렇게 공유회를 잘 마쳤다. 세션 이후에 받은 질문도 꽤나 깊이 있었으며, 피드백도 긍정적이었다. 이렇게 지식에 가치를 입히는 과정은 생각보다 나 자신에게도 유의미했다. 그래서 10월에 열리는 DMBF에서도 연사로 서기로 결정했다. 평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또 한 발짝 나아가는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04. 변화의 시기!

이번주 피드백 시간에는 그동안의 내 연주 습관을 돌아보게 만드는 피드백들을 들었다. 왼손이 필요 이상으로 크고 무겁다는 것과, 화음을 구성하는 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왼손과 오른손을 20:80 정도의 벨로시티로 연주하신다고 하셨다. 선생님 치시는 것을 들어보니 왼손이 생각보다 작아도 잘 들렸고, 오히려 소리가 더 예쁘고 듣기 편했다. 내가 그동안 감정을 베이스 쪽에 온전히 실어서 쳐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왼손은 전체 음의 밸런스를 위해 좀 더 절제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화음을 의식적으로 덜어내고, 그 음들의 사이에서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많이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잘하기 위해서는 보이싱을 많이 탐구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렵긴 하지만서도 참 재밌는 과정이다. 내가 이번에 피아노를 배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05. 변화의 시기에 겪는 불안정함

이처럼 연주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부터 타건의 세기, 화음의 구성 등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안 좋은 습관들을 상당히 빠르게 바꿔가는 중이다. 바꿔 말하면 연주를 할 때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불안정한 시기에 실수가 나오기 딱 좋은데, 하필 오늘 결혼식 축가 반주를 하다가 3도권 불시착을 해버렸다. 브릿지 파트의 코드 하나의 근음을 3도 위로 치고 머릿속이 하얘져서 다음 코드도 3도 위 코드를 쳤는데,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궤도에 다시 올라갔다. 하필 내 공연도 아니고 축가였던지라 배로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아예 쌩뚱맞은 음을 친 건 아니었어서 친구가 찍어준 영상을 보니 티가 크게 나진 않았다. 어찌저찌 이어간 것도 용하다. 연습을 참 많이 했는데, 한 번도 안 틀렸던 데서 틀린 건 정말 속상하고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정신을 잡고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연습을 할 때는 최대한 다채롭게 틀려봐야 무대에서 사람이 단단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06. 1주년

오늘은 회고를 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캘린더에 주 차별 회고를 등록해놨는데, 이번주 회고 일정을 등록하려 21주 차를 쳤는데 자동완성이 떴다. 헉 하면서 노션을 들어가보니 내가 메모어에서 처음 쓴 회고가 23년의 21번째 주에 작성한 것이었다. 이렇게 꾸준한 기록을 남겨본 건 처음이라 신기한 감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