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6 W01 | 29주 차
2024-07-15 (월) ~ 2024-07-21 (일)
01. 좋은 PT에 관한 생각
어느정도 규모와 인지도가 있는 호텔의 신축 프로젝트의 설계 용역 입찰에 참여했다. 회장을 상대로 하는 발표였고, 프로젝트가 프로젝트인 만큼 승산이 높지는 않았으나 다들 진심을 다하기로 합의하였다. 혹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보여주자는 전략이었다. 발표는 크게 3부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그 중 마지막 파트인 브랜딩 제안을 제외하고 회사와 팀에 대한 소개, 프로젝트의 분석과 및 전략 제안을 발표했다.
마치고 나니 PT를 어떻게 구성하는 게 최적의 전략이었을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관심있어할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이 부분을 백업할 수 있는 자료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넣어야 하는 내용은 최소한으로 다루며,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선행하였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러지 못했던 이유를 돌아보자니 발표의 대상이었던 회장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었다. 어디까지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과 전제의 영역인지, 이런 범주의 이야기를 그는 과연 흥미로워할 것인지, 그런 감이 아직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초반을 좀 더 휘어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을 다시 짜보아도 좋았겠다 싶다. 예컨대 회사 소개를 1페이지로 최소한으로 하려다 보니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부분만 다루었는데, 오히려 회사의 성과와 성장세에 대해 먼저 언급을 하며 관심을 끌고 그 배경으로 진보한 프로세스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식으로 좀 더 짜임새 있게 접근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한 페이지 내에서 어떤 인터랙션을 만들고 정보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집중하다가 전체적인 그림을 놓쳤다.
음악에 빗대어 총평을 하자면, 후렴은 나름 귀에 들어오는데 전주와 A, B파트가 뭔가 길고 루즈한 곡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맞든 틀리든 좀 더 확신을 갖고 장표를 만들고 발표를 해야겠다.
02. 신사업과 새로운 기회
하이엔드 스테이의 멤버쉽 비즈니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지주사의 신사업 TF에 리드로 참여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끊임없이 질의를 던지며 논제를 설정할 수 있고, 깊게 탐구하는 성향이며, 원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을 높게 봐주셨다고 한다.
하나의 제품을 잘 기획해서 만들고, 시장에 내놓고, 여러 실험을 통해 성장을 만드는 것까지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라면 가격이 몇백도 아니고 몇천만 원으로 너무 비싸서, 이걸 사는 고객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상상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팔던 숙박업 리모델링도 수억 원대로 비싸지만, 이건 그와 달리 안 하면 큰일나서 생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뭔가 비합리적인 소비의 끝판왕인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나는 이 비합리의 영역을 합리성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말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법 도전적인 과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부유층과 부자들을 탐구하며 럭셔리-하이엔드 시장도 공부하고, 전반적인 사업 기획과 개발 도메인도 경험함으로써 커리어에 또 한 번의 성장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03. 공연을 준비하며 얻은 깨달음
오죽헌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다. 사람들 반응과 호응도 좋았고, 앵콜 요청까지 받아서 모처럼 후련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내가 느끼기엔 클래식 공연을 제외하고 살면서 한 공연 중에 제일 잘 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크게 두 가지 포인트에 중점을 뒀는데, 첫 번째는 흥분해서 빨라지지 말기, 두 번째는 흥분해서 꽝꽝거리지 말기였다.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에 작년에 공연했던 곡이 있어서 영상을 봤는데, 그때 내가 곡에 심취하면 듣기 안 좋을 정도로 건반을 세게 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최근 레슨을 받으며, 선생님께서 왼손이 무겁다는 것과 16분음표가 들어가 있으면 급해진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셔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 차에 그 영상이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땐 이렇게 치는 게 감정을 충분히 잘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냥 소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막 치는 쪽에 가까웠다. 오히려 내가 나한테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조절하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만큼의 감정을 담아내는 게 더 이상적인 예술의 경지에 가깝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메트로놈을 느리게 켜놓고 연습을 했고, 손가락을 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쓰면서 건반을 누르는 감각을 익혔다. 합주를 할 때도 좀 더 여유를 갖고자 했고, 공연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에 더 나은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계적으로 딱 딱 맞아 떨어지게 치는 게, 예술과 감정의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시작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