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4 W10 | 8주 차
2024-02-19 (월) ~ 2024-02-25 (일)
01. 지식의 연결
이번달 행동경제학 북클럽 도서로 와튼스쿨 모리 타헤리포어 교수님의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협상에 관한 책인데, 테크니컬한 기술들보다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인지와 자각 등 마인드셋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도서의 내용을 장표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 과제여서,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나의 사례와, 책에서 이야기하는 개념에 연결지어 확장할 수 있는 지식을 공유하기로 하였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면 들어오는 요청사항에 대해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 역시 가끔씩 외주를 할 때 예상하지 못한 추가 요청사항을 수락하고 소위 말해 몸빵으로 떼우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서는 무조건 예스를 하는 착한사람 증후군을 경계하고, 수락을 하기 전에 발생 가능한 변수들을 돌아볼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변수를 어떻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나의 사례를 공유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태국어로 작성된 문서를 다루는 일이었는데 텍스트가 손글씨로 넘어왔고, 이를 디지털 텍스트로 다시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클라이언트가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답을 한 상황이었다. 물론 손글씨여도 알아볼 수는 있고, 비교대조를 하면서 봐야하는 게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아예 못할 일은 아니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착오가 발생할 수 있는 문자들이 몇 개 있었고, 맞추거나 틀릴 확률이 50%라 했을 때 4번만 누적되면 정확도가 10%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해 결국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었다. 이런 발생 가능한 변수를 수치로 표현하여 소통하는 방식은 김창준 선생님의 <함께 자라기>라는 책에 프로젝트 소요 시간의 확률 분포를 다루는 챕터에서 익혔던 부분이기도 했다.
책에서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함께 있을 때, 부정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자신 혹은 자신이 팔아야 하는 프로덕트의 가치를 충분히 내세우지 못하고 평가절하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예전에 읽었던 정재승 교수님의 <열두 발자국>이라는 책에서 봤던 1종 오류와 2종 오류 개념을 접목시켜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종 오류는 기각해야 하는 가설을 채택하는 오류이고, 2종 오류는 채택해야 하는 가설을 기각하는 오류인데, 2종 오류가 개체의 생존에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늑대가 안 나타났는데 나타난줄 알고 도망가는 건 사는 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지만, 늑대가 나타났는데 안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대응을 안 하면 잡아먹힌다) 2종 오류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예컨대, 어떤 프로덕트 X에 대해 가능한 가치가 a, b, c, d (a < b < c < d)가 있고, 실제로는 가장 높은 가치인 d를 제안해도 딜이 성사될 수 있는 상황에서, 손실 회피를 위해 가장 낮은 가치인 a를 제안하는 상황을 1종 오류와 2종 오류 프레임으로 해석한다면 1종 오류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하여 이야기하는 해석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인지와 선택의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하기 때문에 나름 흥미로운 지식 간 연결이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정한 엄격한 규칙을 모두 없애고 함께 있는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책의 문장에서 김창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회고의 두 가지 방식; Reflection on Action(사후事後회고)과 Reflection in Action(사중事中회고)’를 연결 지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을 하는 도중(in action)에 상황으로부터 피드백을 캐치하고, 이를 빠르게 개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내용이다. 순간에 집중해야 상대방의 반응에 맞춰 대화 방향성을 설계하고 조정해가며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김창준 선생님께서 <과학적 정보수집 대화법> 강의에서 강조하시던 부분이기도 하였다.
상대방을 공감하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맥락에서 등장했던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당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겠다’는 책 속 대화 내용에서는 정인규 선생님의 <시선과잉사회>에 나오는 ‘이해가 꼭 용서와 긍정성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정성, 즉 이해하려는 대상과 나 자신 사이의 다름이 곧 이해의 조건이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이해와 부정을 상호배타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전제가 상대방을 향한 깊은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이런 통찰이 타인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은 원론적인 이야기들과 실 사례 위주로 흘러갔는데, 그 동안 읽어온 책과 글과 강의들이 그 사이의 공백을 메워주는 경험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이어가는 데 큰 동력이 되어줄 경험이었다.
02. 분석/제안 자료의 고도화
세일즈 미팅 이후 클라이언트에게 발송하는 자료를 점점 고도화해나가고 있다. 나는 세일즈 담당자를 ‘영역을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해결책은 본인의 상식과 지식의 범위 내에서만 떠올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식을 조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절대치를 함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사업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프로젝트의 프로젝션을 더 고도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설계/시공에 대한 지식이나 부동산 디벨롭핑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려 하고 있다. 프로젝션 시 어떤 변수를 적용해야 더 오차가 적어지는지, 이러한 관점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변수는 없는지, 해당 변수를 도입하거나 가정값을 설정하는 논리에 비약이 있지는 않은지, 잘 접근한 것들은 무엇인지 등을 주위 전문가 분들께 많이 여쭤보고, 적용하고 있다. 회사에 뛰어난 동료(라기보다는 다들 대표님이나 시니어분들이긴 하지만)가 많다는 게 이런 면에서 큰 복지인 것 같다. 그렇게 진행 중인 A 프로젝트에서 케이스별로 사업비를 검토해볼 수 있는 엑셀 프로젝션 계산기를 하나 만들어 보내드렸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사업성을 면밀하게 검토해보는 게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셨던 분이셔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공간 기획과 브랜딩 관점에서의 안목도 넓혀가고 있다. 이건 좀 많이 어려운 게, 중소형 숙박업 비즈니스가 대부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상권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까딱 핀트 못 맞추면 너무 멀고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들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결국 프로젝션의 핵심은 ‘프로덕트가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인데 (즉, 이 정도의 객단가와 가동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가), 이 경쟁력이라는 개념을 판단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케이스를 학습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믿음이다. 이렇게 두 가지 축으로 공부를 이어가다 보면 공간 사업을 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