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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 차 : 디아스포라

S15 W12 | 25주 차 2024-06-17 (월) ~ 2024-06-23 (일)

디아스포라

직무가 바뀌었다. 마케터 롤이 탐났던 이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해서, 디자인팀 팀빌딩을 하다가 팀에 내가 없는 게 낫겠다 싶어 작년 요맘때 쯤 B2C 마케팅 업무로 넘어가게 되었고, 추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IR과 B2B 쪽 마케팅을 하다가, 올해 초에는 세일즈도 다니고 대對 고객 업무를 주로 하면서 이런저런 제안 자료를 만들어왔다. 요맘때 즈음부터 회사에 유의미한 임팩트를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마치 PMF를 찾아가는 초기 제품마냥… 지난한 여정이었다. 이번에 뛰어난 마케터 한 분을 모시게 되면서, 다시 팀을 옮겨 하반기부터는 경영기획팀 소속으로 업무를 보게 되었다. 뭐 물론 팀이 바뀌긴 했지만 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최근 하던 일에 맞춰 팀의 이름이 바뀐 것에 가깝기도 하다. 하지만 소속이 바뀐다는 것은 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 추구하는 방향성, 지향하는 목표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분명 나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 커리어는 떠돌아다님의 연속이었다. 도메인으로만 봐도 공대를 졸업해 PPT를 만드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 사고 파는 플랫폼으로 확장했다가, 인공지능 회사를 거쳐, 지금은 오프라인 공간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다. 그 와중에 지금 회사에서도 몇 차례 직무가 바뀐 것이니, 하나의 도메인에서 한 직무를 키워온 사람들과 달리 디아스포라를 진하게 겪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러 도메인과 직무를 넘나들며 겪은 경험들,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키웠던 역량들이 현재 나의 가치와 정체성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마지막 정착지에서 가장 찬란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이번에도 이주한 곳이 정착지이길 바라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