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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관통하는 곡들

내 삶의 주된 감정인 희노애락 -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과 관련된 4곡과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기쁨 : 리스트가 편곡한 슈만의 헌정
'헌정'은 슈만이 결혼 전날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의 첫 번째 곡이다. 가사의 베이스가 시인지라 곡이 낭만 그 자체다.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이라 말하며 곡이 시작된다. 나중에 리스트가 이 곡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편곡하는데, 이 버전을 무대에서 몇 차례 연주했었다. 곡의 중반부까지 감정을 쌓아올리다 후반부에 가면 벅차오르는 기쁨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분노 : 이센스가 피쳐링한 프라이머리의 독
나는 애초에 화가 그리 많은 인간이 아니다. 그나마 올해 봄, 삶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침투했었는데 이 시기에 느꼈던 분노는 미래에 대한 불안,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기인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의 나는 이센스의 독을 한곡 반복으로 질리도록 들었었다. 스스로에 대한 강박도 제법 있었던 터라 '조바심과 압박감이 찌그러트려놓은 젊음'이라는 가사가 마음을 후벼팠었다. 찌그러진 젊음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을 때라, 이센스같이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양반도 거쳐왔던 길이구나... 하면서 소소한 위안을 삼으려 했던 기억이 있다.
슬픔 : 쇼팽의 스케르쵸 3번
사실 이 곡의 분위기가 슬프진 않다. 다만 이 곡의 뒷부분을 연주할 때 바닷속에 닻이 가라앉듯 천천히 내면 깊은 곳의 어두운 감정과 마주하러 가는 경험을 했는데, 이때 내가 마주했던 감정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슬픔이었다. 보편적인 슬픈 노래들이 나를 슬픔으로 끌어당긴다면, 이 곡은 내가 스스로 감정을 마주하고 올 수 있게끔 마법을 걸어주는 느낌이다. 내 의지로 가라앉고, 다시 내 힘으로 떠오를 수 있다.
즐거움 : 에드 시런의 캐슬 온 더 힐
캐슬 온 더 힐은 차를 타고 어딘가 뻥 뚫린 길을 달릴 때 조수석에 앉아 가장 먼저 트는 곡이다. 이 곡은 신나면서도 시끄럽지 않다. 초당 2번 이상 울려 퍼지는 킥 소리는 심장을 뛰게 만들고, 교외지의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는 기타와 보컬 소리는 차창 밖 펼쳐지는 분위기에 녹아들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기억에 남기고 싶은 동적이고 즐거운 순간, 늘 이 노래를 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