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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전 플러스엑스 공동대표, 그리고 현 위더코어의 대표이신 변사범 님의 글
이번에 헬스장 이달의 회원으로 뽑혔다. 헬스장 벽에 사진과 함께 글 몇 자가 함께 붙을 예정인데, 그곳에 올라갈 영광의(?) 글을 여기에 써 볼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 1월에 이 글을 읽고 헬스장 연간권을 끊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변화

운동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봉을 들거나 이고 있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고 불안한 일이었는데, 이젠 원판을 몇 장 끼고도 제법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다. 처음에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변사범 대표님의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는 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면 웬지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고, 정신도 더 맑아져 기가 막힌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세상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다만 이전과 똑같이 주어졌던 24시간 중에 1시간 이상을 더 건강한 시간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거울 속의 나와의 거리가 거울까지 거리의 두 배 인 것처럼 한 시간의 운동 시간은 한 시간의 시덥잖은 시간을 데려가며 두 시간 이상의 효용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의 변화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나의 삶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책도 읽고, 침대 정리도 좀 더 열심히 하고 밥도 더 잘 챙겨먹게 되었다. 요즘엔 일찍 출근해서 먹는 쪽으로 바뀌긴 했지만, 얼마 전까진 근손실 날까봐 아침밥을 챙겨 먹으려고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났었다. 이렇게 운동은 운동 자체에 투자한 시간뿐만 아니라 내 하루 속 다른 시간들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사소한 변화

운동을 하면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자전거에 내려서 끌고 올라갔던 출근길의 가파른 언덕을 이젠 페달을 밟으며 넘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속 모습의 실루엣도 많이 달라졌다. 원래 거북목이 심해 멀리서 찍힌 사진을 보면 무슨 턱으로 초인종을 누르려 하는 사람같았는데, 점점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작은 곳에서 느껴지는 성취감은 때론 다른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용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

마음가짐의 변화

가끔씩 펼쳐보는 책 ≪멘탈의 연금술≫에는 '가벼운 아령으로는 근육을 키울 수 없다'는 제목의 챕터가 나온다. 물론 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살아가며 마주하는 고난과 시련을 마치 근육을 키워주는 무거운 아령처럼 생각하라는 이야기이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련은 가벼운 아령과도 같아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제법 흔하게 들을 수 있던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들 수 없을 것 같던 무게를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들고, 시간이 흘러 혼자서도 쉽게 들 수 있게 되고 나니 저 문장이 조금 더 와닿는다. '지금 힘든 상황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혹은 스스로의 한계를 끌어내 극복한다면 다음번에는 조금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벤치프레스하다 깔리더라도 다음주에는 좀 더 강해져 그 무게를 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참, 깔리는 건 실패처럼 보일 수 있지만 포인트는 한계점까지 시도했다는 데에 있다. 1년 간 운동을 꾸준히 해 오며 이렇게 마음가짐에도 천천히 변화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