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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회사의 지향점

제너럴리스트로서 ( 또는 내가 있는 업의 포지션 ) 뇌구조 중 가장 큰 고민을 무엇일까요?
둘 중에 내가 있는 업의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고민을 짧게 짚고 넘어가자면, '이직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이다. 고용자 생활을 그리 오래 할 생각은 없는데, 과연 그 전에 어느정도 규모와 프로세스를 갖춘 조직과 집단을 경험해볼 수 있을까? 그런 곳일 수록 특정 필드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할텐데, 이것저것 할줄 아는 건 분명 많다만 기업의 존재목적인 이윤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던 내가 과연 적합할까?' 하는 걱정.
나는 오픈한지 얼마 안 된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다닌다. 이 회사는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해, 나는 이곳에서 스무살 때부터 인턴으로 일하며 대표님과 연을 쌓았다. 그리고 6년이 흐른 지금, 이곳의 사번 1번으로 전반적인 운영을 비롯해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맡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마케팅을 담당하던 사원이 퇴사하며 자연스레 일 하나가 늘었다. 그럼에도 업무의 양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면, 하는 일 역시 분야가 조금 넓더라도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어떤 욕망과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이러한 방식으로 섬기겠다'는 회사의 지향점이 있으면, 나는 거기에 맞춰 진실된 이야기를 나의 방식대로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문제는 요즘 회사의 지향점을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자주 길을 잃고 방황하고는 한다. 지향점을 정하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창업자? 마케터? 아니면 이를 소비하는 대중?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나? 그저 하나의 문장에 불과한 지향점은 그저 현상일 뿐이고, 본질은 회사의 자산에 있는 건가? 이때부터 호접지몽 모먼트의 시작이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할 겸 회사의 자산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노트에 쭉 적어봤다.
그래, 이런 것들이 서로 싱크로나이즈가 잘 되면 그게 브랜딩이 잘 된 기업일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이렇게 쌓아온 자산을 나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과, 내가 이것을 정의하거나 창조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결국 이를 정의하는 사람은 창업자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업의 '역사' 혹은 '문화'와 같은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창업자가 살아온 방식과 가장 유사할 수 밖에, 그리고 그런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진실할 수 밖에 없으니.
일단 이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잠시 멈추려 한다. 요 근래 이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 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약간의 쿨링 타임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에도 업글 덕분에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며 나아갈 원동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