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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파이걸에 관한 고찰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무엇이고 어떤 종류의 음악인가요? 1. 나는 왜 그 음악을 일할 때 듣나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2. 노동요 중 한 곡을 다른 멤버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노래인지 알려주세요
회사에 출근해 자리에 앉으면 습관적으로 헤드셋을 끼고 유튜브 Lofi Girl 채널의 'lofi hip hop radio' 스트리밍을 켠다. 그리 빠르지도,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쳐지지도 않는 이 음악이 좋다. 심박수와 비슷한 BPM은 안정감을 주며, 물에 젖은 장작같이 눅눅한 비트는 최소한의 힘으로 내 텐션을 유지시켜준다. 이 안정감과 텐션의 조화는 마치 템퍼의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 채널이 끝내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곡을 하거나 곡을 넘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나오는 플레이리스트에서 아는 곡이 하나도 없는데, 그중에 모난 곡이 없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이로써 나는 조금 더 생산적인 고민과 결정에 에너지를 쓸 수 있다.
가끔 헤드셋 때문에 귀가 아프면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 뮤직을 듣는다. 나는 일할 때 주로 가사가 없는 클래식/뉴에이지 혹은 시네마틱/앰비언스 음악을 듣는다. 이중에 한 곡을 추천한다면 Tony Anderson의 Resurrect라는 곡을 권하고 싶다. 지하철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서문을 읽을 때 우연히 듣게 된 곡인데, 그때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2호선이 우주가 되는 경험을 했다. 토니 앤더슨의 음악을 들으면 귓가에 음들의 잔향이 울려퍼진다. 이 음들의 잔향은 때론 계면활성제같이 머릿속에 떠다니는 잡념들을 공기에 녹여 흘려보낸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고요해진 상태에서 작업에 집중하고 나면 소소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