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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받아들이는 연습

지난 한주 내가 가장 많이 소비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소비한 것은 유튜브이다. 어찌 보면 식상한 답변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 몇 달 간 유튜브와 멀어지려 부단히 노력해온 터라 내겐 굉장히 낯선 한 주였다.
5월은 내게 많은 혼란을 가져다준 달이었다. 몇 달째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았던 회사일에 회의를 느꼈고, 이직시장에서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에서도 오랫동안 곪아왔던 부분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삶의 방향성과 목표가 송두리째 흔들렸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럴수록 계속되는 악순환과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해결책으로 내놓은 건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며 하루를 시간 단위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록과 동시에 돌아보는 것이었다.
셋째 날까지는 훌륭한 날들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다. 하지만 그때는 왜인지 아침 6시에 일어나지 못한 것을 나무라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기록만이 남아있다. 결국 4일 차부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기록이 나를 옥죄어가는 기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 병원문을 두 차례 들락인 후 11일 차에 기록을 멈췄다.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깨달은 것은 나에게 강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정으로 꽉 찬 바쁜 삶을 즐기는 편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게 모르게 이런 틀로 나를 압박해오고 있었다. 이제 나는 나의 여러 모습을 받아주기로 했다. 지난주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은 일은 퇴근 후에 누워서 유튜브를 본 것이다. 그것도 평소에 피드에 떴다 하면 '채널 추천 안 함'과 '관심 없음'을 열심히 눌렀던 게임과 시시껄렁한 웃긴 영상들 위주로. 유튜브를 보며 얻은 것은 삶의 여유와 웃음이고, 잃은 건 글쎄... 강박에 시달리던 과거의 내가 아닐까 싶다.
지친 몸과 마음을 좀 달래고 다시 천천히 나아가야겠다.

위에서 적은 소비를 통해 나를 설명한다면 어떤 사람일까요?

사실 위 글을 쓰며 나의 모습과 행동들을 돌아봤던 것다. 데일리 리포트를 다시 들춰보고, 행동에 의미도 찾아보고. 지난주에 소비를 통해 바라본 나는 자신의 어떤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한주 동안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상투적인 답변이 아니라 방금 저 글을 쓰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그간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었다.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