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4 W5 | 3주 차
2024-01-15 (월) ~ 2024-01-21 (일)
#01. 간만에 책을 많이 읽은 주간
회사에서 베트남으로 작년 목표 매출 달성을 기념하는 해외 워크샵을 다녀왔다. 최근 업무에 부담이 많아 책을 가까이 두지 못했는데, 적어도 여행지에서는 회사일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책을 많이 읽고 와야겠다는 기대를 안고 갔다.
비행기에서부터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패드에 다운받아간 피터 틸 선생님의 <제로 투 원>을 다 읽었고, 작년에 모임 도서로 읽다가 중간에 모임이 끝나버려서 미뤄왔던 <쉽게 배워 크게 쓰는 재무제표>라는 책도 쭉 훑었다. 호텔에서는 자기 전에 스탠드를 제외한 조명을 전부 꺼놓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면세점에서 산 에버펠디 위스키를 조금씩 홀짝이면서 이슬아 작가의 <날씨와 얼굴>을 읽었는데 극락이었다. 달짝지근한 오크 향이 퍼지는 책상에서 글자가 보이는 최소한의 조명 아래 음악 소리와 만년필이 종이 긁는 소리만 남아있던 시간은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날 것이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고객의 80%는 비싸도 구매한다>라는 이번달 행동경제학 스터디의 모임 도서를 읽었다. 쉽게 읽히면서도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내용들이 많은 책이었다. 밤 비행기였는데, 읽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기내식을 먹고는 쭉 잤다.
#02. 우연이 넓혀주는 나의 세계
셋째 날과 넷째 날에는 자유여행이었고, 그 중에서도 넷째 날은 혼자서 돌아다녔다. 점심까지는 이번주 내에 처리해야 했던 업무를 봤고, 헬스장에서 가볍게 운동을 한 뒤 씻고 카메라와 책 한 권을 챙겨 거리로 나갔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거리를 걸으며 카메라로 거리의 정경을 담았다. 관광 명소나 공간 큐레이션에 올라온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나는 발 닿는대로 가다가 끌리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모든 상황과 우연이 개기일식처럼 정렬을 이루어 한 곳을 가리키는 느낌, 그 작은 확률들의 곱이 이끈 곳이 나의 세계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좋다.
거리를 돌다 “헤이 쁘렌~ 에그 커피!” 라고 정겹게 맞이해주던 직원 분이 있던 길거리 카페 앞에 놓여진 캠핑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옆에선 프리미어 프로로 영상을 편집하는 백인 남자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괜히 여행 온 게 실감났다. 투썸플레이스에서 파는 에그노그같은 커피인가 싶어서 에그커피를 한 잔 주문했는데, 맛은 정말 없었다. 심지어 아이스라고 말을 안 해서 따뜻한 음료를 갖다 주셨다. 볼 그릇에 뜨거운 물을 받아 그 안에 잔을 넣어주셨는데, 덕분에 마지막 모금까지 따뜻하게 먹었다. 그래도 바깥 공기를 맞으며 책을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오후 4시 반 즈음에 동료 분에게 함께 마사지샵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주문할 당시에 선불인줄 알고 돈을 함께 내밀었을 때 그 직원 분이 후불이라면서 돈을 돌려주며 “이프 유 돈 라이크 잇, 유 돈 니드 투 페이”라고 하긴 했지만, 커피값이었던 60,000동을 내고 자리를 일어났다. 기억하고 싶어 카페 사진을 몇 장 찍고 동료 분이 계신 곳으로 이동했다.
#03. 루틴 유지하기
베트남에서 삶의 최소한 루틴을 유지하려 많이 노력했다. 운동이라거나 글을 읽는 것이라던가. 여행지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 만큼 잘 지켜냈다. 특히 샤크탱크 쉐도잉 클럽인 E.N.G이 이번주부터 시작이었는데, 짬을 내서 세 번을 성공한 게 의미있는 성과였다. 베트남에서도 놓지 않으려 했던 모멘텀을 잘 유지해서 한국에서도 잘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