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5 W10 | 23주 차
2024-06-03 (월) ~ 2024-06-09 (일)
01. 아슬아슬 균형 잡기
지주사에서 참가한 공모 성격의 B2G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사업계획 서류에 적혀있는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백업 데이터를 조사하고, 우리의 역량과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제안하는 장표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이제는 어떤 맥락에서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생각해내고, 그 데이터를 구하는 것 등을 제법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이걸 장표로 만드는 건 예전부터 잘 해오던 일이고. 시간이 촉박해 현충일까지 작업을 했고, 금요일날 최종 논의와 수정을 거쳐 무사히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지주사 대표님께 들은 좋은 피드백과 개선하면 좋을 점을 남겨보고자 한다. 우선 나를 99%로 신뢰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가장 감사한 피드백이었다. 작년 여름 즈음 지주사 IR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1년동안 쌓아 온 신뢰자산이 어느정도 견고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개선할 점으로 넘어가보자면, 평가 기준이 되는 항목들은 직관적으로 명시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항목을 명시하지 않았던 것은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작가이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어머니는 내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으면 그걸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그렇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예를 들면, A가 성실하다는 이야기보다 A의 성실한 하루 루틴을 묘사해서 독자가 A가 성실하다고 느끼게끔 하라는 것이다. 이런 서술 방식이 장표에도 반영되었던 것이다. 여러 기업과 프로덕트를 평가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의 인지 처리 과정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겠다.
02. 삶 재정비하기
2-3주 전부터 유튜브나 웹툰을 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주로 저 둘에 시간을 쓰는데, 현재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 보던 콘텐츠들까지 바득바득 찾아내서 보려고 한다는 게 위험 신호처럼 느껴진다. 이번주는 특히 술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공연 뒷풀이부터 수요일날 회식까지 술을 많이 마시긴 했다…
좋다고 생각했던 날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사 있는 음악을 안 듣고 독서가 하루 루틴에 포함되어있던 때가 그나마 삶의 질이 괜찮았던 것 같다. 아예 딴짓할 새 없이 바빴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러다 바쁜 게 끝나면 확 풀어져 왔던 것 같기도 하고. 꾸준하게 만족할만한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어제 20주 차부터 완성하지 못했던 3주 치 회고 글들을 새벽까지 다 마무리지었고 미리 알림 앱에 있는 태스크들을 하나씩 지워가는 중이다. 지하철에서 왔다갔다 하며 밀리의 서재로 노 필터를 읽기 시작했고, 내일 임시 거처로 이사를 간다면 또 삶에 큰 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