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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차 : 앞으로 뭘 해야 할까 外 3편

S14 W2 | 52주 차 2023-12-25 (월) ~ 2023-12-31 (일)

#01.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삼 년이 조금 넘어가고 있고, 동시에 제너럴리스트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에 불안감이 함께 찾아오는 시기이다. 하나의 직군에서 3-5년 차를 뽑을 때 기대하는 전문성과 경험들이 있을 텐데, 그 기대에 미치기에는 얕고 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 근래 이 주 정도 부쩍 생각이 많아졌고, 이번주에는 주변의 뛰어난 사람들에게 나의 고민을 이야기해보았다. 서치펌과 구글 세일즈 팀에서 일하셨던 한결 님, 내가 존경하는 지주회사의 대표님, 친한 형이자 창업가인 윤석이 형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건네주었다.
한결 님은 내가 그동안 해온 일들이 사업개발 영역에 오히려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 동안은 기획,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 이런 개념들이 익숙해서 내가 해온 일들을 이 프레임에 맞춰 설명해오곤 했었는데, 사업개발은 신선한 접근이었다. 개념이 마냥 익숙하지는 않아 집에 와서 여러 회사들의 JD를 찾아 보니 얼추 해당되는 부분, 또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공통적으로 영업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님께 한번 제안을 드려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다음날 지주회사 대표님께 사업개발 직군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니, 공교롭게도 먼저 회사의 영업에 적극적으로 관여를 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영업을 하다 보면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고, 이것이 사업의 기초가 될 것이라 하셨다. 그러다 보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게 된다고. 또 영업을 할 수 있고 없고는 사업가의 첫 번째 역량이라는 것도 강조하셨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니즈를 파악해서 정의하는 것 이상으로 거기에 본인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는 수준이 되기를 바란다 하셨다.
윤석이 형은 지금도 일을 틈틈이 같이 하고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잘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형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사업개발보다는 사업개발을 하는 사람이 설계한 구조를 이해하기 쉽고, 보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일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업개발을 잘 하려면 방구석에서 리서치도 많이 하고, 또 나가서 고객도 많이 만나봐야 하는데, 후자가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서 영업을 많이 나가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모아보면 영업이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내년에는 세일즈 파트에 학습과 수련, 실행 등 에너지를 많이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02. 회고의 의미

요즘 회고가 일종의 트렌드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방법론이나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회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어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래서 회고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더 많이 돌아다닌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23년 회고 플레이북>을 만들었다. (#)
작년 여름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2022년 상반기 회고의 밤>이라는 모임에서 던졌던 질문들에 약간의 살을 붙였고, 애자일 방법론에서 익숙한 프레임워크이기도 한 KPT, 4L의 각 항목에 나의 관점을 담은 코멘트를 남겨놓았다. ‘기존의 가치 체계와 믿음이 무너짐으로써 새로운 사유와 창조가 생겨난다’고 이야기했던 니체의 전복 개념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다. 어떤 항목을 돌아볼지보다도 그것들을 어떤 관점으로 돌아보면 좋을지, 그리고 어떻게 해석하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는데, 이로 하여금 사람들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아가고, 삶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한 층 뚜렷해지는 변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본다.

#03. 인터뷰 영상 만들기

드디어 이 주 정도를 준비했던 한결이의 본 인터뷰를 했다. 이번주에만 퇴근 후 한결이를 만나서 새벽 2-3시까지 사전 인터뷰를 두 차례 진행했는데, 육체는 피로했지만 좋은 인터뷰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이 뚜렷한 것과, 이걸 정제된 언어로 매끄럽게 말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사전 인터뷰를 거치며 인터뷰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듬어 갈 수 있었고, 이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앞 부분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나갈지 서사를 잡아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통상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할 때는 연습에 인색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 이야기도 아니고 내 이야기고, 또 연습을 하다 보면 말이 기계처럼 나올까봐 걱정이 되어서일 수도 있다. 진정성이 떨어질까봐. 하지만 배우가 대본을 외우고 연습한다고 감정선이 흐려지지 않듯, 오히려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와닿게 하려면 더 치밀하게 설계를 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글은 퇴고가 가능하지만 말은 불가능하다. 일필휘지로 단번에 짜임새 있는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듯, 말 역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1월 중에 나의 인터뷰도 예정이 되어 있는데, 이번에 느낀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잘 준비해봐야겠다.

#04. 나 소개하기

이번주에 자기소개를 할 일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가 미뤄온 메모어 14기의 자기소개였고 두 번째는 새롭게 참여한 독서모임의 카톡방에, 세 번째는 종무식 때 전사 인원들을 상대로 한 소개였다. 나를 어떤 것들의 교집합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하고 있는 일, 취미와 취향, 삶을 대하는 태도 이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보았다. 일은 사회에 구성원으로서 기여하고 있는 것, 취미와 취향은 나의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는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의 3단계 모델(암묵적인 가정-표방하는 가치-인공물, 원문)을 삶 전반에 적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앞선 두 항목을 인공물이라 했을 때,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이 모든 것들을 발현시킨 암묵적인 가정으로 보고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나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뜻깊었다.
전사 인원들을 상대로 한 자기소개에서는 너무 건조하게 말한 것 같아서 후회가 남는다. 이 일 저 일 다 얘기하면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하나만 딱 꼽아 얘기했는데, 꼭 업무 스콥이 아니더라도 가치관이나 다른 사람들의 업무를 도울 수 있는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올해도 이런 자리가 있다면, 그때는 사람들이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개를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