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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자, 이야기하는 자

인간으로서, 제너럴리스트 ( 또는 현재 분야 ) 로서 성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성장은 꼭 필요한 걸까요?
나는 만드는 자, 이야기하는 자가 되고자 한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에 한두 마디 보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의심하고 회의적인 태도로 생각해 보면 누구나 쉽게 한마디씩 거들 수 있다. 반면에 만들고 표현하는 일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먼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뚝딱 나오는 건 아니다. 살아 보고, 경험해 보며, 온몸으로 받아들여 느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수단을 익혀야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닿게끔 하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미숙하면 표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혹은 말하고자 하는 것의 반절밖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비참한 일이 벌어진다. 여기서 언어라 함은 비단 말과 글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예술도 언어의 한 갈래이다. 말과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것을 예술은 가능케 한다. 내가 음악과 디자인, 사진과 같이 다양한 예술을 경험하고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언어를 익히면, 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사람은 이 작품을 만들어 극복과 승리를 세상에 외치는구나. 이 사람은 죽음까지 함께하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음의 진행을 사용하였구나.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따뜻하고 정갈함은 이런 빛을 띄는구나. 나아가 내가 예술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과거에는 보고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장이다.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말하지 못하던 것을 말하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것에서 작게나마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성장하였음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말할 것이 있는 삶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내가 익힌 다양한 언어로 세상에 이야기하는 자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