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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회고

2020년은 딱히 ○○의 해라고 정리하기 어렵다. 애초에 한 해를 계획하고 살아가지 않는 터라, 오히려 한 해의 컨셉이 딱 정해지는 것이 더 귀한 케이스다.
1월 - 보컬 레슨
옛날부터 지선이 형한테 보컬을 한번 꼭 배워 보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통하는 부분도 좀 있다고 생각했고, 노래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도 공감했다. 12월부터 레슨을 시작해, 1월에는 본격적으로 연습실 정액권을 끊고 부지런히 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배우는 동안 조금 늘었다가 다시 퇴화한 듯. 기간이 짧아서 너무 아쉽다.
2월 - 호주
말해 뭐 할까. 인생 기억에 남을 최고의 경험. 처음엔 두려움 약간과 경황없음 약간으로 인해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이내 적응하고 꿈 같은 시간을 보내다 왔다.
3월 - 영앤덕
영환이 형의 보컬 스타일을 참 좋아한다. 함께 작업해 볼 수 있어서 작은 소원 성취?!느낌. 작년에 실음과 입시 조교 할 때 나온 이야기였는데 실행까지 잘 이어졌다. 서로 바빠서 각자의 일정에서 Fade out 되었지만, 그래도 언젠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4월 - 서울시
회사 일에 제대로 갈린 달이다. 이 기간 동안 인류애가 개박살났었고, 서울시 ㅇㅇ과는 내게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악질 클라이언트일 것이다. 담당자보다도 그 조직의 시스템을 때려 부수고 싶었다. 11안 때 회의실에 불려가서 기획회의를 했던 경험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그 뒤로 클라이언트들에게 웬만하면 안 휘둘린다.
5월 - 친구들
5월 둘째 주 정도에 서울시 ㅇㅇ과 플젝이 얼추 끝을 향해 갔고, 그 이후로 친구들과의 약속이 잦았다. 동기들도 자주 만나고, 나의 음악 친구들 성준 윤호 서연 찬형과도 이때 이후로 부쩍 자주 보기 시작했다.
6월 - 오곡추
몰랐는데 6월 첫째 주 토요일날 오곡추를 최초 개시(이자 게시)했고, 한 달 동안 매주 꼬박꼬박 녹화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했다. 오곡추는 재밌게도 T프렌즈 과제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반복되는 홍보성 주제를 계속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 6월 과제로 FLO의 내 취향 MIX를 소개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내 취향 MIX를 듣던 도중, 딱 처음 듣고 좋았던 음악을 소개해 주면 사람들도 어 좋네?! 하면서 자연스레 내 취향 MIX 홍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렇게 오곡추가 탄생하였다. 4-5월에 성준이 형 어깨너머로 배우던 프리미어 실전수업이기도 했다.
7월 - UX/UI
UX, UI를 공부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대부분이 B2B인 PT 디자인보다 조금 더 사용자와 맞닿아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점. 두 번째, PT 디자인을 하다 보면 자꾸 시간에 쫓겨 획일적인 디자인, 혹은 기획이 거의 배제된 디자인을 하게 되거나, 논리가 명확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클라이언트를 설득시켜야 하는 일이 종종 생겼는데 이렇게는 내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향해 가는 데에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길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훈이를 꼬셔 전민수 선생님의 웹/모바일 기획 스터디와 리메인의 UX/UI 포트폴리오 수업을 들었다. 퇴근 후 화수목금 저녁마다 신촌, 합정으로 부랴부랴 갔고, 여느 강의들이 그렇듯 지식을 쌓았다기 보다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열심히 받아들이는 중. 전민수 선생님은 UX 필드에서 거의 20년 정도를 계셨는데, 아직도 하루에 최소 2시간씩 새로 나오는 아티클들을 읽으시며 공부를 하신다. 공부에는 끝이 없으니, 천천히 길게 보라고 말씀하시며 강의를 마무리하셨는데 이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8월 - 헬스, T프렌즈
이때 당시 골격근량 36.3kg. 40.8kg를 목표로 PT 이벤트를 등록했다. 그리고 세미헬창 인생 START. 사실 마음만 크게 먹고, 이전에 비해 운동량이 현저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중간에 T프렌즈는 일수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멀리 놓고 봤을 때 소중한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팀원들과 함께 '제안서'를 내 보고, 경쟁에 이겨 관문을 통과하고, 제안서를 설명하는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우선 팀원들과의 만남부터 몹시 흥미로웠는데, 처음으로 누군가 나서서 팀 리더를 자처했으며, PPT 제작을 맡겠다고 3명이 손을 든 건 정말 대학 생활 통틀어 처음 본 광경이었다. 그리고 다들 이 마케팅 제안서 쪽 짬밥(프로세스나 사용되는 문법 등)이 상당해서 친구들로부터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공학계와 예술계 친구들과는 같이 뭔가를 많이 해 왔었는데, 생각해 보니 인문계 친구들과 함께 해 본 프로젝트는 저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많이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줬다.
9월 - 프로젝트
한국 관광공사의 디렉토리 북과 높으신 분의 대외비 자료를 제작했다. 먼저 관광공사 디렉토리 북은 나의 디테일을 입증하고, 또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특성 상 수정과 파일의 오고감이 잦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오타와 몇 픽셀씩 밀린 것들을 이 잡듯이 찾아 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대외비 자료는 마냥 신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사회문화 시간에 장준하 UCC를 만들며 애니메이션을 거의 마스터하다시피 했는데, 이 때의 기억을 되살려 양질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사실 작업할 때 보다도 실황을 볼 때 그 짜릿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작업물과 높으신 분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제법 짜릿했다.
10월 - 프로젝트, 친구2
경기벤처기업협회와 경기대학교에서 진행하는 IR 자료 제작의 총괄을 맡았다. 프로젝트를 최초 분배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노션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는데 커리어 면에서 한 차례의 성장을 이룬 것 같아 기쁘다.
5월과 마찬가지로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7월부터 많이 바빠서 못 만났던 걸 10월에서야 우르르 만난 느낌. 그리고 경기벤처 포상 휴가때 간 인천 앞바다가 지친 삶에 큰 환기가 되어 주어 기억에 남는다.
11월 - 독서
내 기준 최고의 T프렌즈 미션, 14일 챌린지에서 독서5팀 친구들을 만난 건 선물같은 인연이다. 하경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정모에서 보거나 이전 과제를 함께 해 일면식이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이와 별개로 또 친해지고 서로에 대해서도 더 깊게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안 그래도 11월에 새해 다짐 - 시간 약속 잘 지키기의 전초전 느낌으로 하루를 일찍 시작하려 했었는데, 요 챌린지 덕분에 하루를 개운하고, 생산적인 느낌으로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덤. 독서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12월 - 노션
나의 대학생활 6년을 회고하고 기록하는 일을 꼭 하고 싶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고, 무엇보다 우연히 oopy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노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마음 가는 데로 콘텐츠를 짜고, 커버 이미지도 그리고... 어쩌다 보니 노션 어워즈에 출품도 하게 되고, 친구들이 투표를 많이 해 줘 운이 좋게 우승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