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나의 모습, 나의 롤모델,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
하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행동하는 사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고 말하는 사람. 글을 쓰거나 디자인을 할 때에도 내가 가진 지식과 철학과 기교를 자랑하는 게 아닌, 오롯이 나의 내면을 표현하고 이로 하여금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18년에 우연히 듣게 된 뮤지컬 수업은 내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무대 위에서는 나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오직 극중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 상황과 감정이 호흡이 되어 들어오고, 이것이 말과 행동이 되어 나타난다. 모든 행동에 생각과 계산이 들어가다 보니, 평소의 내가 얼마나 별 생각없이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무언가를 행하기 전에 '왜'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그렇게 내 행동을 반성해볼 수 있다. '이것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이었나?', '허영심이 만들어낸 노이즈가 아니었나?', '허상을 쫓고 있었구나.' 이러한 것들.
둘, 한결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아가며 위계와 계급이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 계급으로 인해 나의 행동이나 의사결정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군대에선 늘 어떤 생각이 들면, 문장 속 '후임'에 '사람'을 대입해 보고는 말과 행동을 조심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인턴님과 대화 속 내 모습에서 내가 평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대표님의 모습을 보았고, 대표님과 대화 속 내 태도에서는 마찬가지로 공감할 수 없었다 여겼던 인턴님의 태도를 보았다. 이날 이후로 나를 많이 돌아봤던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결국 내일의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내가 가야할 곳은 알고 있으니, 옳은 방향인지 정확하게 봐줄 수 있는 눈이 있었으면 한다.
롤모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몇 있다. 먼저 밥 아저씨. 아저씨의 'We don't make mistakes, we have happy accidents.' 라는 말을 좋아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며 실수를 유연하게 흘려보낸다. 그리고 빌 게이츠와 리처드 파인만. 빌 게이츠는 리처드 파인만의 강의가 사람들의 전체적인 지식수준을 향상시켜줄 것이라 여겨, 강의를 사들인 후 무료로 배포한다. 파인만 아저씨의 지식에 대한 태도와 게이츠 아저씨의 이런 범지구적인 접근은 늘 본받고 싶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았으면 한다. 오늘 꾸지 못했던 꿈을 내일은 꾸었으면 한다. 한때 꿈이라는 먼 이상을 바라보며 나아가던 때가 있었다. 허나 언제부턴가 꿈은 잠시 덮은 채 눈 앞에 보이는 문제와 현실에 치이고 있는 것 같다. 내 꿈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대단해 보이고, 누군가에겐 진부한 꿈으로 비춰지곤 하지만, 아직까지 더 나은 언어를 찾지는 못했다. 사실 더 나은 표현 방법을 찾기보다, 그 꿈을 이루면 된다. 정말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면 된다.
지난 3주간 나를 관찰하고 안녕하고 소비하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무엇인가요?
· 삶은 불확실함에 기반하고 있구나.
· 때론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고통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법도 알아야겠구나.
· 글을 쓰면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구나.
· 그간 나에게 강박이 있었구나.
· 매 순간 행복하지 않아도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