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7 W8 | 51주 차
2024-12-16 (월) ~ 2024-12-22 (일)
01. 삶의 낙
프로덕트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주에는 로그인 기능을 붙였고, 파일을 처리해서 나온 엑셀파일을 피봇테이블 형태로 볼 수 있는 대시보드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점점 복잡도가 올라가다 보니 개발을 하기 이전에 순서를 기획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 와닿았다. 어떤 것부터 하는 것이 유리할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일이 참 중요하구나. A를 함으로써 B를 하는 게 더 편해지는 경우도 있고, C, D를 다 해놓고 E를 하면 한 번만 해도 되는데, C를 하고 E를 했다가, D를 하고 나서 E를 한 번 더 해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 (로그인 인증받는 게 그 E였다…) 이렇게 몇 번 부딪히면서 데여보니까 점점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고해야 하는지 방향이 선다.
또, 문제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도 많이 길러졌다. 2주 전만 해도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서버 로그나 브라우저 오류 메시지나 콘솔창에 찍힌 디버깅 로그를 던져주면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이제는 점점 내가 생각하는 문제의 원인을 함께 제시하면서, 해결책뿐만 아니라 나의 접근법에 대한 피드백도 함께 받는다. (커서 토큰 뽕도 뽑을 겸…) 아직은 부족함이 정말 많지만, 커서와 클로드를 코치 삼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번 대시보드 기능 추가는 내가 사고하고 일하는 방식을 프로그램으로 정의하는 일이다. 내가 이쪽 업무에서 만들어내는 가치가 크게 방대한 데이터 찾기와 찾은 데이터 가공해서 의사결정 지원하기이다. 전자는 얼추 구현이 되었고, 후자는 대시보드 피봇테이블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만들다 보니 ‘오, 이 기능 한정 엑셀보다 사용성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도 좀 있었다. 예컨대 호텔명, 객실명을 함께 볼 수 있는 디테일한 상황과 호텔 단위로만 봐서 경향성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 맞춰 필터링 조건을 추가했고, 토글 버튼으로 껐다켰다 하면 행이 한 번에 접혔다 펴졌다 한다. 그에 맞춰 컬럼명도 바뀐다. 이런 소소한 디테일을 챙기는 게 확실히 재밌다.
우스갯소리지만, 인간이 얼마나 우수한지도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한 눈에 직관적으로 처리가 되는 것들을, 기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로직을 짜서 넣자니 보통 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나를 대체할 기계를 만드는 일이니 앞으로 점점 로직 설계의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구조도 점점 복잡해지고… 그래도 이 적당히 챌린징하고 (가끔 멘탈을 가루로 만들어놓긴 하지만) 매일매일 적지 않은 성취감을 가져다주고, 앞날에 궁금함과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개발이 참 재밌다.
02. 넬 공연
‘넬스룸’이라는 넬의 연말 공연을 봤다. 여러 사운드가 기억에 남는다. 둘 다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Hollow 라는 노래에서 김종완이 보여준 락보컬, 첫곡 Act 5의 전주에서 나온 몽환적이고 살짝 통통 튀면서 몽글몽글한데 차가운 EP 사운드가 투톱이었다. 양혜승의 드럼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이렇게 채울까?? 기분 탓이겠지만 깔끔하고 뭘 많이 안 한 것 같은데 밀도가 굉장히 높다.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음악을 알고 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