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6 W11 | 39주 차
2024-09-23 (월) ~ 2024-09-29 (일)
01. 함께 자라기
근 3개월 간 10명에서 15명으로 조직 규모가 확장되면서, 자연스레 조직 내 복잡도가 크게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이슈 사항의 전달이 누락되어서 업무에 혼선이 생기기도 하고,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이 모든 조직 구성원들에게 균일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러 팀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생각을 거치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한 점, 이슈가 논의되는 시점에 해당 자리에 없으면 내용을 전달받기 어려운 점, 어떤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트래킹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점 등을 문제로 정의할 수 있었다.
기존 업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제의 진단을 마치자, 생각은 자연스레 슬랙을 도입한다면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만 팀 내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지 않은 점, 슬랙을 써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 한 명 한 명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가 많아 괜히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했을 때 ‘바빠 죽겠는데 새로운 툴까지 익혀야 하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이 우려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온보딩 과정에서의 단기적인 스트레스가 현재 업무 프로세스 상에서 앞으로 발생할 스트레스의 총량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PT를 준비했다.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밟아온 성장의 과정들과,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얘기하고자 했다. 나는 더글러스 앵겔바르트 선생님의 ABC 모델(Activity A는 일을 잘하는 것, Activity B는 일을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하는 일, Activity C는 그리고 이 개선하는 과정을 개선하는 것)을 늘 마음 한 켠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팀이 지금까지는 많은 일들을 잘 해내고 있었으나, 사람이 많아지고 업무가 다양해지는 등 복잡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점점 놓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사례들을 제시하며, 각 개인의 역량에 더 진보한 시스템을 더해, 일을 더 잘할 수 있게끔 하자는 제안을 했다. 나아가, 이러한 개선을 더 잘할 수 있는 팀 문화를 만들어가보자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슬랙이라는 툴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다음 과제는 사람들이 잘 쓰게 하는 것이다. 슬랙이 처음임에도 누군가는 날개를 얻은 듯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은 카카오톡이 더 익숙하거나, 어색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품 구매를 요청하거나 휴가를 신청하는 워크플로우를 만들어놨는데, 대부분은 신기해하지만 막상 활성화가 잘 되지는 않고 있다. 이렇게 프로덕트의 Activation 과정을 지켜보고, 이 안에서 나름대로의 작은 실험들을 해볼 수 있어 재미있는 요즘이다.
02. 커피챗, 기록
화요일날 승범 님, 영훈 님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말들의 기록
승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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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제대로 다루려면 데이터가 많이 있는 큰 회사에 가야 한다는 것.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올려놓고 인간의 눈으로 트래킹이 가능한 정도의 양은 사실상 데이터를 다루는 스킬(통계학이나 과학 등)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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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규모나 스테이지에 따라 필요한 형태의 역량이 있는데,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면 정말 DA나 DS가 필요해질 것이고, 그 때까지는 지금 하던대로 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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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명확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예전에 성민 님한테도 비슷한 이야기(말을 정확하게 한다)를 들어서 신기하다. 둘 다 공통점이라면 승범 님은 대면으로는 처음, 성민 님은 워크샵에서 처음 본 사이였다는 것. 즉, 짧은 시간 (소통이 발생했다는 것을 전제로) 내에 파악 가능한 나라는 인간의 속성 같은데, 잘 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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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대학생 때 들었던 뮤지컬 수업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는 이유와 목적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남 앞에 서고,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보니 이유와 목적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걸 통제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고, 계속해서 이유와 목적을 떠올리고 (나는 이것을 왜 하는가) 내가 실제로 한 것과 비교하며 의도와 산출물 사이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일들을 의식적으로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게 학기를 마친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영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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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범 님과 헤어지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가, 갑자기 밤 열한 시 반까지 진로상담이 이어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다 보니 영훈 님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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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장점이나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네다섯 개 정도 해주셨다. 실제로 같이 긴밀하게 일을 해본 경험이 없음에도 몇 가지 상호작용과 이벤트를 토대로 이렇게나 깊게 파악해주시다니, 감사하기도 하고 나도 이런 센싱 능력은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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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차이를 만들어내는 한끗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항상 상대방에게 좋은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다 되었다고 생각됐을 때, 한 번 더 보면 분명 개선할 점들이나 할만한 일들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타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상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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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에 대한 말씀도 갑자기 떠올랐다. 의외로 ‘책임감’이 자주 소비되는 언어인 데에 비해, 실제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듣고 보니 공감이 되었다. 모임장을 하며 모임을 준비하고 끌어가는 모습을 좋게 보셨다고 한다. 둘을 조합해서 생각해보면, 책임감이 위의 한끗을 만들어내는 트리거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