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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차 :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外 2편

S14 W7 | 5주 차 2024-01-29 (월) ~ 2024-02-04 (일)

01.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오랜만에 피아노 학원 앞을 지나갔다. 15년 겨울에서 21년 겨울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한 곳이다. 시간도 조금 남고, 혹시 학원에 누가 있으려나 싶어, 같이 다녔던 윤호 형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학원이라고 한다. 그렇게 형을 만나 몇 년만에 연습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전자 피아노가 아닌 진짜 건반도 오랜만에 눌러보고, 예전에 치던 클래식 작품들도 기억과 감각을 더듬어가며 몇 곡 쳐봤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손이 아직 길을 기억한다는 것도, 머리와 달리 야속하게 안 굴러가는 손가락의 어색한 감각도 모두 신기했다.
형이랑 한창 퇴근하면 학원으로 와서 피아노를 치던 날들 이야기, 그와 달리 요즘 바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쭉 나누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피아노를 치고, 운동도 주에 4일은 나가고, 책 읽으면 글도 꼬박꼬박 쓰던 2021년이 내 삶의 르네상스였구나, 한편 지금 내 삶은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인 것 같다는 생각. 산업혁명 당시 경제 성장을 위해 모든 사회 시스템이 짜여졌듯, 나의 성장과 계발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재분배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 삶의 변화가 역사의 흐름과 비슷하다고 보면, 이 시기도 언젠가 안정화가 되고, 더 진보한 체계가 나타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갑자기 떠오른 비유여서, 산업혁명이 괜히 칙칙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억울했는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02. 연역적 추론의 한계

회사에서 상권분석을 하고 있다. 대상지의 입지가 어떠한지 정의내리기 위해, 그리고 그러한 입지에서는 어떤 전략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제안하기 위해 관련지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의 잠재 고객들은 어떤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인지부터 시작해 상권의 활성화 정도, 인근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찾는다. 그렇게 찾은 데이터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하고 해석한다. 그렇게 발굴한 인사이트를 토대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쭉 도출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느끼는 한계점은 그렇게 도출하는 결론이 어느정도 정형화된 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예측 가능하다는, 더 쉽게 말하면 뻔하다는 의미이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여기는 이런 곳이니까 이게 잘 먹힐 것이라는 가설을 정해놓고 연역적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인가? 그렇다면 완전 0에서부터 시작해 귀납적으로 근거를 쌓아간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가?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A 또는 B를 검증하기 위해 시작했던 분석일지어도, 내가 타당한 근거 하에 C를 제안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내 상상력의 한계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나의 변수에 대한 상관성을 구하기 위해 취급하는 데이터의 양을 더 늘리거나, 취급하는 변수를 늘리거나, 선형적인 관계로 나타나는 함수식을 2차식으로 고도화한다거나 하여 나만이 할 수 있는 분석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최근에는 적절한 A와 B의 개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A와 B 한 쪽에 치중될수록 리스크가 함께 증가하는 R = k * ( A / (A + B) - 0.5 ) ^ 2 라는 관계식을 만들어 R이라는 변수를 함께 고려해보기도 하는 등 작지만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의 논리에서 비약과 뻔함을 조금씩 덜어지기를 바라며.
최근 읽고 있는 김승섭 교수님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라는 책의 앞부분에서 연구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모든 논문의 맨 마지막에는 연구 결과의 한계를 서술한다고 한다. 이 한계에 대한 서술이 학술 언어가 지닌 가장 큰 힘이며, 자신의 연구가 어떠한 가정 위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가정이 무너진다면 결과도 힘을 가질 수 없다고 밝히는 화법의 단단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에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03. 세 번째 세일즈 미팅

세 번째 세일즈 미팅을 다녀왔다. 부천시 소재의 리빙텔이었다. 앞으로 세일즈 미팅의 사후 회고는 KPT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A. Keep

1.
리모델링 이후에 의뢰인이 기대하는, 목표하는 변화에 대해 질문했다.
2.
그리고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돕고자 하는 의사를 잘 밝혔다.
3.
의뢰인이 해결해야 하는 여러 문제 중, 우리가 타 업체들과 달리 잘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을 파악했다.

B. Problem

1.
A-1의 질문을 미팅 초반이 아니라 다 끝나고 했다. 심지어 끝나고 나왔다가 올라가서 추가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안 하고 가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2.
리빙텔의 복도 공간 활용 예시에 대해 질문하며 모텔 로비 개발 사례 소개를 요청했는데, 상황이 다른 곳의 사례를 너무 세부적인 부분까지 길게 이야기해버렸다.
3.
공사 기간을 묻는 질문에서 정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C. Try

1.
A-1의 질문을 초반에 던져 의뢰인의 니즈를 초반에 파악하고, 이 니즈를 건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2.
우리의 전문성과 역량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프로젝트의 사례도 물론 좋지만, 의뢰인의 상황과 유사한 사이즈나 컨디션의 프로젝트 사례도 많이 마음에 품고 가야겠다.
3.
리빙텔이면 어떤 마케팅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지, 대표적인 플랫폼들에 대한 이해도를 어느정도 갖추고 갔어도 좋았었겠다.
4.
B-3의 질문은 사전에 현장 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면 해결 가능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