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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주 차 : 기억에 남을 공연 外 3편

S15 W9 | 22주 차 2024-05-27 (월) ~ 2024-06-02 (일)

01. 기억에 남을 공연

오랜만에 소극장에서 밴드 공연을 했다. 어쿠스틱 한 팀, 밴드 두 팀으로 세 팀의 무대에 올랐고 각 4곡씩 총 12곡을 연주했다. 다른 때의 공연과 달리 연습을 하면서 부분부분 체크를 많이 하기도 했고, 연습이나 합주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했다.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생긴 변화의 일부이다.
예전에는 코드나 그 흐름을 충분히 익혀놓고, 공연 때는 거의 즉흥 연주에 가까운 형태로 피아노를 치곤 했었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사실상 내가 어떻게 치는지 모르고 치는 것이다. 이번 공연 떄는 그러지 않고 연주 행위에 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연주 모니터링을 위해 인이어를 꼈는데, 초반에는 굉장히 어색했다. 그래도 이내 적응하고 적당히 듣고, 적당히 빼면서 균형을 잡아갔다. 그동안 내가 빵빵한 밴드사운드에 묻어서 너무 대충 하고 있었구나 하는 성찰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연습을 해야할지 가닥이 조금 잡히기도 했다.
다행히 공연은 큰 탈 없이 잘 마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첫 음이다. 대부분 곡들의 첫 음을 잘 치지 못했다. 거기에 말려서 도입부를 제대로 못 친 곡도 몇 있다. 선생님은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질 것이라 말씀해 주셨지만, 솔직히 나는 연습 부족이 컸다고 생각한다. 쇼팽 발라드 1번이나 슈만 판타지 같은 클래식을 쳤을 때도 첫 음에서부터 압도하고 가기 위해 긴 시간 연습을 했었는데, 세션으로 연주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리고 또 실제 공연에서 연주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뒷풀이 때는 다른 팀 사람들과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각자 추구하는 예술의 지향점이나, 공연에 대한 피드백과 같은 이야기들. 끝음 처리가 좋았다거나, 코드 보이싱과 그 구성음을 확신을 갖고 친 게 좋았다거나 하는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통상 공연을 보면 보컬을 많이 듣기 마련인데, 사운드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들어준 게 느껴져서 고마웠다. 이번 뒷풀이는 유독 음악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는데, 그래서인지 간만에 동틀녘까지 오래 남아있었다.

02. 우연히 발견한 MVP

강릉시 소재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킥오프 미팅 당일날 갑작스레 상권 데이터 리서치에 대한 브리핑 요청을 받았고, 강릉 스테이들의 현황에 대해 간단하게 자료를 준비해갔다. 운이 좋게도 브랜드의 전략이나 방향성을 매끄럽게 도출할 수 있는 형태로 시장의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인사이트와 방향성을 도출하여 말씀드릴 수 있었다. 여기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의 정성이 함께 전해져, 클라이언트 분께서 감동을 받으셨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이후 팔로업을 위해 소통을 하다가 치킨 기프티콘도 한 마리 보내주셨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데이터의 양과 시각화로 클라이언트를 압도하는 전략을 많이 취해왔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를 찾는 데에만 하루 이틀을 사용하고, 장표를 만드는 데에도 하루 이상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3시간 정도 리서치를 했고, 장표도 없이 A3 종이에 엑셀 표를 출력해서 미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클라이언트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양질의 미팅을 진행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프로덕트 관점으로 본다면 굉장히 린하게 접근해서 고객의 와우모먼트를 이끌어낸 경험이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Minimum Valuable한 형태를 찾아낸 게 아닐까 싶다.

03. 인터뷰를 보며 드는 생각들

요즘 마케터 채용으로 인해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의 인터뷰를 보고 있다.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인터뷰이의 경험과 역량이 우리 회사의 일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가 점점 날카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판매해온 제품과 우리 회사에서 팔아야 하는 제품의 속성에 대한 차이라던지, 도메인의 성격 차이, 고객 여정의 차이 등 상황 변수를 보정하고 인터뷰이의 역량 모델을 역으로 설계해보는 것이 조금씩 트이는 느낌이다. 역으로 내가 나중에 다른 회사에 가게 된다면 나의 경험이나 역량을 그쪽 도메인에 맞춰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스킬이 될 것 같기도 하다.

04. 재즈 기초 레슨

재즈 기초 레슨이 어느덧 6주 차에 진입했다. 워킹 베이스까지 배우고 나니 그동안 배운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스무 살때 화성학을 반 년 정도 배우다 모드 스케일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보니, 이 모드 스케일을 2주 차에 배우고, 이 위에 여러 형태와 리듬의 반주를 입히는 법을 배우는 커리큘럼이 더 엄청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워낙 클래식 인간이고 그루브랑은 거리가 멀다 보니, 살면서 재즈를 이렇게까지 칠 일은 없겠거니 싶었는데, 생각보다 재즈와 친해져서 재미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