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안녕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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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geu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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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21, 1:51:00 PM

‘안녕’은 무슨 의미인가요? 그 의미에 맞게 요즘 내면은 ‘안녕’ 한가요?

오늘 아침까지 나에게 안녕의 의미란 행복하고, 삶에 변수가 적어 평온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였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나는 살면서 가장 안녕하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흐릿해지는 날에는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 기분도 들었다.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무력감을 이겨내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왔다. 가벼운 우울증이 왔다고 하는데, 뭐 그러려니 한다.
어머니께서는 글을 쓰신다. 소식을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덤덤하게 '불완전함'과 '불행'에 관한 글을 보내 주셨다.
그렇게 불확실한 날을 10년쯤 보내고서야 문득 깨달았다. 그 어정쩡함이 글쓰기의 동력이었음을. 글 쓰는 일은 질문하는 일이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고 혼란스러워야 사유가 발생한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아이가 잘 큰다는 게,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온통 혼란스러웠고 그럴 때마다 하나씩 붙잡고 검토하며 써나갔다. 쓰는 과정에서 모호함은 섬세함으로, 속상함은 담담함으로 바뀌었다. · · ·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는 니체의 말대로, 불확실한 삶의 긴장 상태는 글쓰기 좋은 조건”이라고. 우리는 또 대부분 그렇게 산다. 주변을 봐도 고시 합격생보다 준비생이 많다. 고액 연봉에 승승장구하는 사람보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다수다. 연인 관계도 팽팽한 사랑 감정을 느낄 때보다 지리멸렬하고 느슨해서 친구인지 가족인지 헷갈리는 시기가 길다. 그러니 어정쩡한 상태를 삶의 실패나 무능으로 여기지 말자고 했다. · · ·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 · · 이제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다. 확실함으로 자기 안에 갇히고 타인을 억압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다.
나는 완전함과 확실함을 늘 추구하고, 삶 속에서 변수가 생길 때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확실하지 않으면 시도 자체를 회피하려는 적도 많았다. 하지만 확실하다 생각했던 것들 또한 그저 나의 오만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당연히 될줄로만 알았던 이직에 실패했을 때 꽤나 큰 실망감에 휩싸였었다. 요즘엔 양자역학과 관련된 글을 종종 찾아 읽는다. 관측하기 전까지는 두 가지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하는 상태,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런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있자면 심심한 위로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불확실한 상태를 나의 역량 부족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역설적이게도 조금 평온해진다.
이 책을 인식의 베개 삼아, 나는 깊이 있는 독해의 향연을 누리고 덤으로 글쓰기의 목적과 방향도 잡았다. 왜 행복하지 못할까 비탄하는 반성문이나 이런저런 조건이 충족되면 언젠가 행복해지리라는 판타지 장르가 아니라 불행의 편에 서서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기록물을 썼다. 그런다고 불행의 내용이 바뀌진 않지만 '잘 표현된 불행'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불행에서 오는 인식과 감정의 진수성찬을 발견하자 조금 행복해지는 것도 같았다. · · · 글쓰기에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마무리다. 이메일 말미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고 쓰거나, 일기장 마지막 문장으로 '오늘도 참 보람찬 하루였다'라고 하는 것처럼 글쓰기에서도 교훈적인 맺음에 집착한다. 즉, 불행한 채로 끝내는 걸 두려워한다. 불행은 어서 벗어나야 할 상태라는 강박이 있다 보니 그때는 불행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서투르게 봉합하는 식이다. 그러나 삶에는 결론이 없는데 글에서 거창한 결론을 내려고 하면 글이 억지스럽게 마련이다.
내게 찾아오는 불행 역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예전에도 불행을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지해왔다. 다만 그때는 해결을 위해 앞서 밟아야 하는 절차로써 받아들였다면, 이젠 좀 더 차분히 관찰하고 몰두하려 한다. 불행 속에서 유영하며, 때가 되면 유유히 흘려 보내고,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나의 강박들이 조금은 옅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 비로소 안녕한 날이 찾아오겠지.

나는 내 ‘안녕’을 위해 무엇을 하나요? 언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가요?

나는 평소 생각을 주렁주렁 달고 살지만, 피아노를 칠 때 만큼은 마음을 쉽게 비울 수 있다. 또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보통은 책이나 짧은 글을 읽는데, 아.. 오늘은 안 되겠다 싶으면 빠르게 체념하고 음악에 집중한다. 이럴 땐 가사 있는 음악도 들을 수 있어 나름 보상 받는 기분도 든다! ( 평소엔 클래식 · 뉴에이지 음악이나 영화 음악을 주로 듣는다. ) 이렇게 보니 마음이 흔들릴 때 나는 늘 음악을 찾았고, 음악의 파동에 맞춰 감정이 잔잔해질 즈음, 그 안에서 안녕을 만났다.

나는 다음주 내 ‘안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물에 온전히 잠기면 그 안에서 편안함과 자유를 얻듯이, 불확실성과 불행과 함께 흐르는 것!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보려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