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큼직한 이벤트가 끝난 주. 각각의 이벤트에 대한 회고.
# 일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이 드디어 나의 손을 떠났다. 심사를 위해 2주간 공들여 만든 프로젝트를 제출했고 큰 문제가 없다면 다음주 중에 프로젝트가 게시될 듯하다. 원래는 지난주에 올라갔어야 했는데, 가격과 수량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계속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연되었다. 몇 개의 상품을 얼마나 할인된 가격에 파는 것이 매출 관점에서 합리적일지 도출하는 과정에 들어갈 리소스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한 탓이 크다.
마케팅을 현명하게 하려면 회사의 재무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각 파트별로 어떤 조직과 사람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부분에 대한 간과로 인해 딜레이가 많이 생겼다. 앞으로 개발할 신규 스테이 브랜드는 대부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예정인데, 다음 프로젝트 때는 시행착오를 더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메모어
메모어의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도 무사히 끝마쳤다. 메모어에서 진행을 잘 할 수 있도록 큐카드를 줬는데, 좀 더 버내큘러한 것을 지향하는 편이라 쓰지는 않고 맥락만 기억해서 갔다. 큐카드 질문을 기반으로 진행용 PT를 만들어서 갈까 하다가 현장의 분위기나, 사람들이 꺼내는 이야기의 깊이나 수준 등을 고려하지 못하게 될까봐 그냥 자기소개 키워드만 몇 개 뽑아서 노션에 올려놨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한 섹션에 할당해야 하는 시간이나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었던 것이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데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다음에 유사한 조건의 모임에서 진행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목적 단위로 섹션을 나누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화의 깊이와 이에 필요한 시간 등을 정리해서 갈 필요가 있겠다.
+) 한 가지 흥미로운 접근법을 배웠다. 저녁 식사를 배달시켜 먹을 것인지, 아니면 나가서 해결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다. ‘아무거나 상관 없다’는 항목을 넣고 싶었는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함의가 있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데에 방해가 될까봐 ( 모임 지역과 라이너 오피스 사용 여부 투표에서 전부 동률이 나왔던지라 더 걱정이 컸었던 것 같다 ) 배달과 외식 2개의 선택지만 제시했다. 허나 다른 관점에서 우려했던 대로, 하나의 선택지를 선뜻 고르기 어려워하시는 모습들이 보였다. 사실 당장 나조차도 각 항목의 장단점에 대해 가치판단이 명확히 서지 않아 하나를 딱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때 성현 님이 ⓐ ‘아무거나 상관 없다’를 ‘다수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능동적인 선택지로 바꾸고, ⓑ 각 선택지에 제스처를 부여하며 동시에 모두가 의견을 제시하는 방안을 제안해 주셨고, 결국 배달 4명, 외식 3명, 따르겠다 2명으로 배달을 시켜먹는 합의점을 잘 도출해낼 수 있었다.
++) 조금 더 심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따르겠다’는 선택지도 있다고 한다. 우선은 따르되, 추후에 반대 입장의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 음악
어제 공연을 결혼식 축가와 밴드와 버스킹 세 탕을 뛰었다. 사실 늘 맞춰오던 사람들이고, 비슷하게 해오던 것들이라 음향 장비나 전기선이 말썽을 일으킨 것 외에 큰 변수는 없었다. 이런 류의 사고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러려니 한다. 다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듀엣곡의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해보았는데… 집에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녹음과 촬영을 여러 차례 성공했다 보니 나름 손이랑 성대가 자동화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라인을 혼자 부르는 것과 다른 사람이 부르고 있는 노래 위에 화음을 쌓으며 부르는 것은 너무나도 달랐고 이게 또 반주에 영향을 미쳐버려서 나도 아주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그나마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관객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멘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는데, 다다음주에 하는 공연은 정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하는지라 수련이 더 필요하겠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내일부터 아침공부클럽이 끝나면 연습실을 잡아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훈련을 하다 출근해야겠다.
+) 자유로운 분위기의 버스킹을 할 때 드럼을 정말 정말 잘 치시는 분과 함께 합을 맞춰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곡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프로페셔널함에 감탄했다. 대부분의 곡이 즉흥 연주였다 보니 드럼에게 에너지를 받은 만큼 표현을 했는데, 살면서 해본 즉흥 중에 가장 다이나믹한 연주를 했다. 잊지 못할 경험.
# 그 외 삶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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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운동을 하루도 못 갔다. 몸이 많이 망가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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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TURNING 이라는 앱을 깔았다. 지정한 앱을 열 때 I am conscious enough to close this app now 와 같이 제시된 문구를 치고 들어가기, 안 치고 들어가기 (포인트를 많이 깎는다), 안 들어가기 (포인트를 조금 준다)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안 들어갈 때도 종종 있고, 어찌 되었건 서비스를 의식해서 사용하다 보니 앱 내 체류시간이 월등하게 줄었다. 가끔 좀 골때릴 때가 있긴 한데, 어쨌든 굉장히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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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9일 대체공휴일에는 토스의 심플리시티 23을 보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집요하게 몰입하는 이야기들이 이번주를 나게 하는 좋은 동력과 자극제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