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고의 역사
회고는 군대를 전역한 해인 2018년부터 진행해왔다. 18년, 19년의 회고는 글로 기록하지는 않았으나 각 해의 키워드를 정했었다. 또 18년도에는 2개월을 군인으로, 6개월을 동물보호 동아리를 운영하며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지내기도 했었고, 여름부터 겨울까지 공연예술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보내기도 하여, 이런 다양한 페르소나를 퍼센티지를 나누어 해를 돌아보기도 했었다.
학부를 모두 마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20년도 말에는 학창시절에 만든 크고 작은 작업물들과 나의 멘탈 모델 형성에 영향을 준 컨텐츠들을 아카이빙하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고 (그 이후로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는 게 넌센스긴 하지만) 21년에는 글쓰기 모임 ‘업글’에서 일과 삶의 기록을 남기다, 연말에는 업글에서 만난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디자이너 연말정산>이라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22년에는 아예 내가 <상반기 회고의 밤>이라는 회고모임을 만들어서 지인들을 열 명 정도 모아놓고 함께 회고를 진행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매력을 알게 되어,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메모어라는 훌륭한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 밀도 높은 삶의 기록을 매주 남겼다.
2.
모임장 회고
뭐든 할 때는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해놓자는 주의라 모임장에 지원했다.
모든 모임 구성원의 회고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을 목표로 정했으며, 중간에 몇 번 밀리긴 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모두에게 댓글을 달아주다 보니 누군가에게만 ‘정말 좋았겠네요!’와 같은 일차원적인 반응을 남기고 싶지 않아 회고를 여러 차례 읽고 최대한 길고 깊은 댓글을 달아주었다. 그러다 보니, 때론 큰 의도가 없는 글도 너무 과하게 해석하기도 해 회고를 남긴 사람이 부담을 느낀다거나, 나의 긴 댓글 아래에 가벼운 댓글을 남기기가 애매해져버린다는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중간에 구성원들에게 한 차례 피드백을 요청하고 대화를 나누었다면 방식을 개선할 수 있었을 텐데, 회고가 다 끝나고 쫑파티를 할 때 피드백을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감사하게도 모든 회고에 댓글을 단 게 정말 대단하다, 섬세하게 달아주어 고맙다는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았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처럼 댓글을 달 것이다 또는 안 할 것이다라기 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구성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는 선택을 할 것이다.
모임을 주최하고, 진행하는 것이 생각처럼 순탄하지는 않았다. 음식을 시켜 먹을 것인지, 근처 식당에서 먹을 것인지, 배달을 시켜먹는다면 무슨 음식을 먹을 것인지, 지금 시킬 것인지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시킬 것인지 등등… 매 순간이 의견 취합과 의사결정이었고, 심지어 의사결정을 다수결로 할 것인지 내가 조금 더 주도권을 갖고 내릴 것인지조차 의사결정 대상이었다. 이런 작은 혼란을 겪는 와중에, 성현 님께서 제안해 주신 제스처 투표가 좋은 해결책이 되어주었다. 손 모양에 각각의 선택지를 지정하는 방식인데, 선택지뿐만 아니라 ‘따르겠다’ 라는 항목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굉장히 수동적일 수 있는 선택지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근사한 어휘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상대방의 의견과 독립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점도 참 잘 설계된 방식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더 좋은 모임장이 되려면 모임 구성원의 입장도 한 차례 겪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기수는 모임장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3.
클럽 회고
4.
회고 회고
가장 좋았던 것은 ‘기록을 남길만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
기수가 끝나고, 다음 기수를 모집하는 1-2주 동안 삶이 다시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